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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패션연구소가 내다본 ‘22년 패션 시장 전망 및 ‘21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Preview 2022
2022년 패션 시장 전망

[ 2022년 패션시장 Keyword : A.T.E.M.P.O ]

 Business Across the Fashion : 패션을 가로지르는 업(業)의 확장
 Consumer Taste-commerce : 취향이 우선하는 소비
 Style Encounter Y2K Fashion : Y2K패션과의 조우
 Market Metaverse is Coming : 주목받는 메타버스
 Brand Purpose-Driven Brand : 목적지향 브랜드의 성장
 Solution Organic Growth Strategy  : 유기적 성장 전략 수립

A TEMPO, 음악 기호 아템포 : 코로나 이전의 빠르기로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코로나 시국의 속도감이 사회전체에 피로감을 주고, 회복국면에 접어든 패션시장이지만 코로나 이전의 속도감 있는 성장과 변화를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라며 “이제 급격해서 불안했던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안정적으로 숨을 고르고, 여전히 ‘19년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패션시장은 이전의 규모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힘껏 페달을 밟아야 할 때이다. 그래서 느리거나 빠르게 변주한 이후 다시 이전의 빠르기로 돌아가라는 의미의 음악 기호 ‘A TEMPO(아템포)’를 2022년 키워드로 선정했다” 라고 말했다.

각 분야별로 살펴보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유연성이 필요할 때이다.
유행의 창출이라는 패션업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그 어떤 것도 패션 비즈니스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다고해도 급격히 달라진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에, 뒷걸음질 친 패션마켓 규모의 자연스러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의복에서 식, 주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옮겨간 터라,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F&B 비즈니스로의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카페 키츠네, 카페 A.P.C. 등 패션 브랜드의 카페 공간 뿐 아니라 미슐랭 스타를 받은 구찌의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도 내년 2월 문을 연다. 넷플릭스가 경쟁상대로 같은 컨텐츠 플랫폼 디즈니 채널이 아닌 게임 포트나이트를 꼽는 것처럼, 이제 패션도 스스로의 영역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

소비 관점에서는, 소비의 의미 변화가 이어지며 취향에 의한 소비가 지속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옷장을 채우고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 ‘워드로브 웰빙(Wardrobe Well-being)’이 부각된다. 소비자의 지갑은 완벽하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할 때만 비로소 열리고 있다. 유행을 소개하고 전파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점점 더 자신의 취향을 전파하고 있으며, 확고한 취향을 갖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이를 비즈니스로 성장시키고 있다. 여러 사람에게 두루 선택 받기 위한 일반적 전략 대신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소비자를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개인화 전략이 선택되고 있다. 이제 백(百)가지 상품을 갖춘 백화점보다는 취향으로 큐레이팅된 십화점이 각광받는다.

패션 스타일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패션을 마음껏 즐기도록 유도한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구었던 세기말의 Y2K패션이 재등장,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내는 바디컨셔스 실루엣과 컷아웃 아이템들이 섹시한 무드를 제안하고, 워크프롬홈(Work from Home)의 재택 패션을 대신하는 화려하고 대담한 파티룩이 등장한다. 라운지 패션에 밀려났던 테일러링도 여유로운 핏으로 편안함과 포멀함의 균형을 맞추며 재등장하고, 즐겁고 행복한 기분을 이끄는 도파민 컬러와 다채로운 플로럴 모티브와 프린트의 향연으로 억눌렸던 팬데믹 기간을 보상이라도 받듯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업의 숙명은 떠오르는 메타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규정했으며,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활용하기 시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의 격전이 더욱 심화된다. 욕망을 자극하는 것들은 실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실물 없는 가상세계에서도 희소성과 차별화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는 현재의 소비자들은 직접 입고 경험할 수 없는 가상세계의 패션에도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미 광고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메타 휴먼 모델들에게 익숙한 MZ소비자들은 제페토 플랫폼 안에 구찌의 가상 스토어 구찌빌라에서 들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신상백을 구입하고 있으며, 버버리와 돌체앤가바나도 블록 체인 기반 아래 디지털 컬렉션을 사고 팔 수 있도록 NFT 컬렉션을 선보이거나 준비 중이다. 직접 신을 수 없지만 희소성을 가진 한정판 스니커즈 역시도 NFT로 거래 가능한 메타버스 내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 중이다. 나이키도 가상 패션전문 NFT스튜디오인 RTFKT(아티팩트)를 인수하며 NFT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해외 명품에서 촉발된 메타버스 경쟁은 곧 국내에서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브랜드도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소비자와 함께하기 위한 변화를 예고한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끌로에(Chloe)는 여성의 성장을 돕기 위한 목적 지향 브랜드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끌로에의 SNS 피드는 런웨이에서 선보이는 한정판 제품 대신 컬렉션에 영감을 주었던 자연물의 신비로움을 담은 컷으로 채워지며 브랜드 철학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패션 브랜드의 목적 지향적 브랜드로의 관점 변화는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가능성의 추구와 맞물려 소비자와 교감하는 브랜드의 필수 조건이 된다. 동시대적인 트렌드를 디자인에 담는 것만큼이나 동시대의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 패션 브랜드의 사명으로 부각된다. 언제 어디서나 일관되게 전달되는 브랜드의 세계관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핵심요소이다.

패션 비즈니스는 다시금 유기적인 성장전략을 필요로 한다. 물론 저성장시대, 본업을 통한 유기적 성장에 한계를 말하며 M&A 등을 통한 비유기적 성장 전략이 각광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규모의 성장을 위해 비유기적 성장전략을 기반으로 업의 연관성이 없는 신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하는 경우, 핵심사업의 시장 리더십까지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패션에 대한 관심이 인접 영역으로 흩어지고 있는 지금, M&A를 통해 전문적 영역을 벗어난 신사업 진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동일 업종이거나, 가치사슬 상 인접해 수직적 계열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관련성이 높은 업종이라 판단하기보다는, 업의 개념과 역량 측면에서 적합성이 높은 영역을 공략, 유기적 성장 전략으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확대된 상품과 서비스의 범위를 관통하는 공통의 가치를 일관되게 전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가상과 현실, 온오프를 가로질러 다양한 채널 전략이 필요한 지금, 명확한 기준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없이 중요할 것이다.

Review 2021
2021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2021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R.E.S.I.L.I.E.N.C.E) : 회복

1. Recovering Fashion Market : 회복 중인 패션 시장
2. Experience-based Retail Therapy : 경험 기반, 리테일 테라피
3. Shopper-tainment : 쇼핑의 재미, 쇼퍼테인먼트
4. Increasing Pop-up Store : 증가하는 팝업스토어
5. License with Well-known Brand : 라이선스로 돌아온 유명 브랜드
6. Insanity of Revenge-spending : 보복 소비의 열기
7. Enabling Small Brand : 강소브랜드의 가능성
8. Niche on Vertical Platform : 틈새시장 노린 전문 플랫폼
9. Club Sports, Golf & Tennis : 골프&테니스, 클럽스포츠의 부상
10. Easy Fashion to Comfort : 편안함이 핵심인 이지 패션

1. Recovering Fashion Market : 회복 중인 패션 시장

장기화된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2021년 패션시장은 소비자들의 보복소비 심리와 맞물려 회복 국면을 보였다. 백화점 업계는 명품 매출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1조 클럽’ 점포 수가 전년비 두 배 수준인 10개 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까지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던 패션업계는 명품과 패션 상품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회복하면서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올 10월 누적 기준 패션(의복/신발/가방 합산) 소매 판매액은 약 5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3% 성장했고, ’20년 규모가 전년비 약 18% 역신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아직 ’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패션연구소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보여지는데, 올해 패션시장 규모는 전 복종에서 일제히 플러스 성장을 보이며 전년비 4.4% 성장한 약 37조 규모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년 11.1% 역신장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19년 수준을 하회하는 수치이다.

패션업계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 이른 추위와 단계적 일상 회복에 따른 출근, 회식, 모임 활성화로 활기를 찾아가는 와중에 일상 회복 45일만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된 상황이다. 내년에도 패션 시장은 플러스 성장이 예상된다. 다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가운데 패션 시장이 어떤 회복 곡선을 그릴지가 관건이다.

2. Experience-based Retail Therapy : 경험 기반, 리테일 테라피 

비대면 소비 확대와 별개로 ‘경험 소비’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면서 리테일 공간들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매장의 역할이 상품 판매보다 소비자와의 접점이자 경험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쇼핑 과정을 통한 힐링’을 뜻하는 ‘리테일 테라피’ 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오픈한 대형 리테일 공간들은 규모적으로 대형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판매 공간을 줄여 밀도있는 브랜드 경험 공간, 휴게 공간, 문화 공간 등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로 오픈한 더현대서울은 영업면적 중 절반을 실내 조경, 고객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쇼핑과 여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스테이플렉스(Stay+Complex)’를 지향, 스트리트 쇼핑몰과 백화점을 결합한 형태에 예술, 문화, F&B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한편,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는 ‘시간도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컨셉 하에 인근 산과 호수를 활용해 자연친화적 공간을 연출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대형몰 외 다양한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종로구 북촌에 설화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오설록 티하우스를 오픈했는데, 판매보다는 체험에 초점을 두고 상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논픽션은 해운대 대림맨숀에 제품을 프라이빗하게 시향하고 테스트해보는 공간을 마련, 우연한 공간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오롯이 즐기도록 배려했다. 경험 가치를 중시하고 SNS로 경험을 공유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고객의 Time share, Mind share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리테일 테라피 전략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 Shopper-tainment : 쇼핑의 재미, 쇼퍼테인먼트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쇼핑 과정 자체를 즐겁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 ‘쇼퍼테인먼트’ 개념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주가 되었을 때는 매장 내 즐길거리 요소를 배치하는 전략을 일컫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채널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이동함에 따라 온라인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활발하다. 과거 온라인 채널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접속하는, 목적형 소비의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평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고 플랫폼에 접속해 구매에 이르는 발견형 소비, 이른바 카우치 트래킹(Couch Tracking)형 소비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목적형 소비에서 발견형 소비로 넘어가는 흐름 속에서 자사 플랫폼을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 무의식적으로 상시 접속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중요해졌다.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하는 콘텐츠 커머스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다.
일찌감치 콘텐츠 커머스에 주력한 한섬은 웹드라마 ‘핸드메이드 러브’, ‘바이트 시스터즈’를 제작하고 영상 콘텐츠 제작에 힘을 싣고 있으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세사패TV를 통해 ‘배달의 프로들’, ‘화보맛집’ 등 예능 콘텐츠를 제공하며 넉 달 만에 1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게다가 사내 직원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비공식 유튜브 채널 ‘알꽁티브이’는 임직원 출근룩 컨텐츠로 인기이다.

기업명이나 제품명을 노출하지 않고 자사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해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LF는 현재 라이브방송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온라인사업부 내에 라이브·미디어 커머스팀을 신설하고 향후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콘텐츠 커머스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4. Increasing Pop-up Store : 증가하는 팝업스토어

‘와우(WOW)’ 효과를 기대하며 매장 자체를 간판이자 광고물이 되도록 하거나, 전시와 체험 등 인증샷을 부르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팝업스토어가 소셜미디어(SNS)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 운영 사례도 크게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명품 팝업 매장 운영 건수가 4회에 불과했던 전년에 비해 올해는 15회로 크게 증가했으며, 신세계 강남점 1층 중앙광장에 위치한 ‘더 스테이지’ 역시 내년 1분기까지 팝업스토어 일정이 꽉 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화점 외에도 핫한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팝업스토어가 빈번하게 열렸는데, 소위 명품 3대장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차례로 성수동에 팝업 공간을 열었다. 지난 10월에는 젠틀몬스터의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가 신제품 출시와 함께 성수동에서 전시와 캠페인을 펼치면서 체험형 미디어 아트 등을 선보여 많은 화제를 낳았고, 11월에는 한섬이 시스템 첫 팝업 스토어를 성수동에 오픈했다. 한편 버버리는 제주에 ‘이매진드 랜드스케이프 제주’를 선보이며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을 배경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하고 몰입형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압도적 규모의 경험 전시관을 선보였다.

쇼핑 채널이 온라인 공간으로 확장되고 대체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여전히 구매욕을 자극하는 직관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온라인으로 모든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세상,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이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유입하고 소통하기 위한 기업과 브랜드의 치열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5. License with Well-known Brand : 라이선스로 돌아온 유명 브랜드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계가 잊혀진 옛 브랜드에 주목한다. 가까운 과거에서 가져온 익숙한 것들이 새로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지금, 누군가에겐 익숙한 추억이고 더 젊은 세대에는 낯선 오래된 유명 브랜드들이 ‘K-라이선스 브랜드’로 다시 등장했다. 

90년대 인기 브랜드였던 마리떼프랑소와저버는 마리떼라는 이름으로 재런칭 한지 1년 만에 100억대 브랜드로 도약했고, 데님 브랜드 리(LEE)는 재런칭 직후부터 무신사 판매랭킹 10위권에 진입하며 라방을 통해 한 시간 만에 1억 5천만원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뉴트로 브랜드의 인기가 뜨겁다. 잊혀졌던 브랜드의 재런칭 사례는 노티카, 트루릴리전, 스톰을 비롯해 전개사를 변경한 챔피온까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과거 유명 브랜드의 익숙한 로고를 라이선스화해 소비자들에게 한층 쉽게 다가가고자 하는 전략은 패션 브랜드 뿐 아니라 이종업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아웃도어 전문 채널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성공 이후 올해에는 코닥, 빌보드, CNN 등 패션과 접점이 없는 유명 브랜드들이 패션 브랜드로 론칭하고 있다. 이들 라이선스 브랜드는 이미 알려져 있고 친근한 브랜드네임과 로고플레이를 통해 시장에 진입, 브랜드의 인지도를 기반으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것이 장점이다. 패션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브랜드라는 점도 색다른 것을 추구하고 이종 협업에 익숙한 MZ세대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고 재미있는 브랜드로 여겨지기도 한다.

6. Insanity of Revenge-spending : 보복 소비의 열기

여행도 외출도 자유롭지 않았던 2년을 보낸 후, 보상심리로 인한 패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샤넬, 롤렉스 등 최고급 명품 매장에서의 오픈런과 매장 밖의 긴 대기줄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유로모니터 추산 올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전년비 4.6% 성장한 약 17조원으로 세계 7위 수준이다. 특히 올해에는 핸드백 중심 구입에 그치지 않고 의류, 시계, 보석, 신발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규모가 성장한 점이 특징이다.

백화점 실적을 견인한 카테고리 역시 해외 명품이었다. 지난 10월 기준 백화점 주요 3사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비중은 31.8%로 전체 매출의 약 1/3 가량을 명품 매출로 볼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명품 구입 역시 증가세로,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명품 시장은 소비층을 확대해 나가며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머스트잇, 트렌비 등 명품 플랫폼의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

또 기존 명품 브랜드 외에도 새로운 럭셔리군이 등장했다. MZ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이들 브랜드는 ‘신명품’이라고 불리며, 힙한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과 명품 대비 접근 가능한 가격대가 특징이다. 대표적인 신명품 브랜드인 메종키츠네, 아미, 마르지엘라, 아크네 스튜디오 등은 코로나와 관계없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7. Enabling Small Brand : 강소브랜드의 가능성

파편화된 소비자 취향과 남과 다른 희소성을 추구하는 경향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매스 브랜드 대신 스몰 브랜드를 눈여겨보기 시작한지 오래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신진 브랜드들이 강소브랜드로 불리며 패션계 지각변동을 이끌고 있다.

다양한 스몰 브랜드를 한 데 모아 소개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올 한 해 시장에서 성과를 보였다. 인기 있는 스몰 브랜드가 모인 플랫폼은 고객 유입률과 거래액이 증가했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온라인 패션 시장 내 주요 M&A 대상이 됐다. 지난 4월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인수하며 카카오스타일을 출범했고, 5월에는 SSG닷컴이 W컨셉을 인수, 8월에는 무신사가 스타일쉐어와 29cm를 인수하는 등 굵직한 M&A 건들이 있었다.

패션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대명화학은 가능성 있는 브랜드들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각 브랜드의 감성으로 세분화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디자인이나 브랜드 방향성에는 개입을 최소화하되 마케팅, 재무 등의 영역은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대명화학 계열사로는 익히 알려진 코웰패션과 모던웍스 외에도 하이라이트브랜즈, 하고엘앤에프, 파인드폼, 베이스먼트랩 등이 적극적 투자실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하고엘앤에프는 여성 디자이너브랜드 중심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마뗑킴을 시작으로 분더캄머, 르917, 보카바카 등과 11월 마가린핑거스, 마론에디션까지 지분 인수, 총 24개의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투자 브랜드 간 시너지를 내고 있다. 롯데 동탄점에 오픈한 하고의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형 쇼룸 #16의 높은 성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무조건적 확장보다는 기업의 특성 및 투자 브랜드와의 적합성을 고려하고, 투자 대상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다 철저히 검증한 후 신중히 투자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8. Niche on Vertical Platform : 틈새시장 노린 전문 플랫폼

온라인 쇼핑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가운데 취향 기반 소비 경향이 두드러지는 패션 영역에서는 특정 타깃, 특정 제품에 집중하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증가하고 있다. 무신사, W컨셉 등 1세대 플랫폼들은 비패션 영역까지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유사한 취향을 보유한 기존 타깃 소비자를 록인(lock-in)하면서 거래액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한편, 새롭게 런칭하는 플랫폼들은 기존의 강자와 승부하기보다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백화점에서 밀려난 4050 여성 패션 브랜드들을 입점시킨 퀸잇, 포스티, 푸미, 모라니크 등 중년 여성 타깃의 플랫폼들은 인터넷 쇼핑에 능숙해진 중년 여성 소비자들을 끌어안으며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 중 퀸잇은 올해 초 대비 11월 매출액이 20배 가량 증가하며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무신사 역시 내년 상반기에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앱 런칭을 기획하고 있다. 명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 역시 온라인 패션 시장 내에서 틈새를 노리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모니터 추산 올해 국내 온라인 명품시장 성장률은 7.2%로, 전체 명품 시장 성장률인 4.6% 대비 성장세가 높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3사의 사용자 수는 11월 기준 전년비 3~15배 성장했고,빅 모델을 써서 인지도를 높이거나,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통해 신뢰도를 높이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이 활발하다.

패션 시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각 패션 기업들도 자사몰을 플랫폼화 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경쟁사 제품 입점도 서슴지 않으며, 신규 소비자 유입을 위해 TV광고까지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9. Club Sports, Golf & Tennis : 골프&테니스, 클럽스포츠의 부상

지난해 레깅스를 입고 산을 찾았던 MZ세대 아웃도어 매니아들은 올해 골프와 테니스 등 잔디 위에서 즐기는 클럽 스포츠로 시선을 돌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20년 기준 20~30대 골프 인구는 115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35% 증가했다.

비대면 시대, 자연을 즐기며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레저 스포츠에 대한 선망이 증가하며 MZ세대 골프인구가 빠르게 증가했고, 기존 골프 브랜드 물론 코오롱Fnc의 지포어, 말본 골프 등의 신진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다. 골프웨어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하나 둘씩 들어서기 시작한 도산공원 인근은 올해 가장 활기 넘치는 상권 중 하나로 부상하기도 했다. 골프를 시작하는 20~30대 골린이들의 유입과 함께 다양한 스타일과 패션성을 강조하는 기조가 늘어나면서, 빈폴골프는 오아이오아이를 전개하는 정예슬과 함께 젊고 활기찬 스타일을 제안했고, 구호도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에 기반한 골프웨어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클로브, 피브비, 르쏘넷 등 패션성을 강조한 여성 중심 디자이너 골프웨어까지 가세하며 골프웨어 마켓은 레드오션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와 유사한 스타일을 보이는 테니스는 복장 측면에서 골프보다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하기가 용이하다. 이미 테니스에 기반을 둔 라코스테, 프레드페리 등의 브랜드들이 주요 캐주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MZ세대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시티보이 룩을 구성하는 주요 아이템인 피케 티셔츠와 버킷햇, 스포츠 양말과 반바지는 테니스를 위한 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10. Easy Fashion to Comfort : 편안함이 핵심인 이지 패션

코로나 시국을 지나오며 편안함이 의류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홈웨어와 외출복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적어도 패션을 대하는 소비자의 태도가 달라졌음은 분명하다. 올해도 계절에 구애 받지 않고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원마일웨어와 라운지웨어가 사랑받았다.

해시태그 #오하운(오늘하루운동)이 부상하면서 맨투맨과 트레이닝 팬츠는 일상복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챔피언, 스포티앤리치 등 로고플레이를 더한 스웨트 전문 브랜드들도 주목받았다.

휴식과 업무, 간단한 외출에도 착용 가능한 편안하면서도 보다 더 세련된 상품개발이 이어졌다. 여유로운 오버핏과 루즈한 실루엣, 신축성 있고 착용감 좋은 니트 소재가 두각을 나타냈으며, 북유럽 감성의 따뜻하고 포근한 니트 소재의 원마일웨어를 제안한 코텔로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노리는 브랜드들도 선보였다.

기존 브랜드들도 활동성과 편안함을 기본으로 참신한 디자인을 더하는 노력을 지속했다. 어떤 옷을 입을지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고 단순하게 스타일링 할 수 있는 원피스, 상하의 한벌로 구성된 매칭 세트도 이지 스타일링 아이템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와이드 팬츠와 짧은 상의로 활동성을 높인 스타일도 대세였다. 의류 외에 투박한 형태의 클로그 슈즈, 손뜨개 핸드백, 슬라이드 슬리퍼 아이템 등 편안함을 담은 패션 잡화 아이템들이 참신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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