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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패션연구소가 내다본 ‘25년 패션 시장 전망 및 ‘24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저성장이 예고된 패션 마켓, 의류 소비심리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물가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은 더욱 소비에 민감해지고 있다” 라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어가는 와중에 경제적 불확실성과 변화하는 고객행동은 많은 브랜드에게 희망적이지 않다” 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어서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가능성은 언제나 살아있고, 작은 불씨 여러 개가 단초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성장형 비즈니스로 나아가 는 희망적 미래를 꿈꾸며, ‘SPARKS(불씨)’를 내년의 키워드로 제안한다” 라고 덧붙였다.

‘25년 패션 시장 전망

■ 2025년 KEYWORD : SPARKS

25년 패션 시장 전망

각 분야별로 살펴보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2025년은 전년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며 많은 브랜드에게 위기로 여겨지는 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3분기부터 확연하게 보여지는 소비심리 하락과 정치적 불안정은 틱톡에서 ‘침묵의 불황(Silent Depression)’이라 불리는 상황을 이끌었다. 타 영역의 불황에도 굳건하던 럭셔리 카테고리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대두되고, 전반적인 업계 상황에 대해서도 악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패션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온라인 비즈니스 역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패션이 더 이상 쇼핑리스트의 우선 순위를 차지 하지 못하고, 다른 많은 영역들에 대한 소비의향이 우선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패션영역의 관심도가 높았던 젊은 여성 소비자들의 관심사는 F&B, 뷰티 등 인접영역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전체 소비자들의 관심사 역시 패션 이외의 영역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서는 패션과 인접한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타깃 측면에서는 화제성과 트렌드 수용도가 높은 젊은 고객을 우선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경제적 안정을 이룬 실버 세대를 겨냥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려움이 가속되지만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도전정신을 가진 혁신적 플레이어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임에도 분명하다. 새로움과 혁신의 불씨가 기존 시장을 빠르게 사로잡는 시대이다.

소비 관점에서는 추구미에 기반한 소비 패턴에 주목해야 한다. ‘페르소비’라는 새로운 소비 패턴이 떠오르고 있다. ‘페르소비’는 페르소나와 소비의 합성어로, 자신만의 ‘추구미(추구하는 美)’를 명확히 발굴하고, 이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적극 구입하는 Z세대의 소비 경향을 의미한다. 이제 취향을 깊고 뾰족하게 탐구하는 브랜드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의 외형과 취향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을 찾아내는 소비자들은 대중적 취향을 두루 맞추는 색깔이 옅은 브랜드 보다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의 가치관이 제품은 물론 브랜드 전반에 녹아있는 뚜렷한 개성을 보유한 브랜드를 소비하고자 하고, 브랜드의 철학을 자신과 동일시하려고 시도한다. 강력한 팬덤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패션마켓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대표 자신이 브랜드의 뮤즈로 등장하기도 한다. 보다 좁고 깊은 추구미를 기반으로 한 스몰 브랜드들이 성과를 보인 가운데, 자신의 추구미를 반영한 브랜드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강력한 팬덤이 불씨가 되어 사그러져가는 소비심리에 불을 붙인다.

스타일 측면에서도 알고리즘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특정한 미학 중심의 전통적 패션 트렌드에 반해, 패션만의 자유로운 방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매 시즌 패션업계에 화두를 던져온 ‘프라다’는 ‘25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준비하며 어떠한 시즌 테마 없이 개별 룩에 집중한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시대를 넘나드는 요소들이 하나의 룩 안에 혼재하고, 비정형적이고 균형이 어긋난 다소 난해한 스타일링으로 마치 현대미술을 연상시키는 패션들을 제안했는데, 이는 알고리즘이 지배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지금의 세상에서 인간만이 선보일 수 있는 독창성을 강조하려한 의도였다. 패션과 스타일을 자신의 정체성의 연장으로 여기는 Z세대들을 중심으로 혼란스러운 맞춤형(Chaotic Customisation) 사례들이 보여진다. 가방에 여러가지 백 참을 달고, 스니커즈를 꾸미는 행위는 획일적 트렌드에 대한 반발이자, 창의성 침체에 시달리는 주류 패션의 비슷비슷한 옷차림 속에서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강력한 행동이다. 개별화와 개인화가 가능해지는 패션 환경은 패션 트렌드라는 이름의 기계적인 알고리즘에 대항한 개별적 스타일의 강화에 더욱 힘을 싣도록 한다.

장기화된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한 운영전략으로는, 쇼핑경험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욕망이 사그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며 소비 심리가 낮아진 지금, 과도한 선택지는 오히려 소비를 포기하게 한다. 소비에 대한 욕구에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새롭고 다른 소비 경험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는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서 더 중요한 요소로, 글로벌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은 고객과의 관련성을 높이고 소비 포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오히려 품목을 줄이는 선택을 진행하고 있다. 발전중인 생성형 AI 기술은 검색과 발견 단계에 있어 고객의 요구사항과 제품을 추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초개인화된 제품 추천 및 콘텐츠 큐레이션 기술의 발전은 고객 경험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마켓플레이스로 SNS 마켓의 성장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셜미디어가 패션에 끼치는 영향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틱톡을 통해 지속적으로 ‘OO코어’라는 이름의 짧은 유행을 수신하고 있는 고객들은 이미 막강한 SNS의 영향 아래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렌드에 민감한 10대, 20대 소비자들에게 이미 동영상 플랫폼과 SNS는 패션 정보를 주로 획득하는 채널로 꼽혔다. 일부 노령층을 제외하고 전 연령대의 고객들이 성별에 관계없이 SNS를 통해 많은 패션정보를 얻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매년 이러한 경향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수의 SNS와 미디어 플랫폼들이 커머스 기능을 적용해 앱내 쇼핑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SNS의 커머스 기능은 글로벌 마켓에서 도입 단계에 있으나, 내년에는 잠재력이 발휘되며 큰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추구미와 관련해 중요한 SNS인 핀터레스트도 앱 안의 커머스 기능에 대한 AI 투자를 통해 보다 손쉬운 쇼핑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쇼핑 가능한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AI 콜라주 등의 기능을 통해 더 큰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생성형 AI는 소비자 개별 맞춤화 기술을 기반으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품을 노출하고 제품 관련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조력하며 패션업계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호황기에도 예측이 어려운 패션산업은 전례없이 불확실함으로 가득한 2025년을 앞두고 있다. 장기화된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었을 때를 대비한 브랜드 친밀감의 꾸준한 형성과 관련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수와 다수의 만남이 아닌, 소소하지만 따듯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간미가 느껴지는 프라이빗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팬덤의 시대, 모든 소비자가 우리의 잠재적 브랜드 앰배서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당장은 패션과 액세서리에 지출할 여력이 없더라도 브랜드가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작은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은 향후 소비의 부싯돌이 될 것이다.

‘24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REVIEW 2024

내수 침체 장기화 및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되며 패션 시장은 올해 1%대로 저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록치 않은 업황 속에서 패션업계는 올해 고군분투 하였으나, 당초 기대에 비해 좋은 결실을 맺기 어려웠다. 이에 삼성패션연구소는 2024년의 키워드를 ‘UNFRUITFUL(수이불실, 秀而不實)’이라 정하고 패션산업 10대 이슈를 정리했다.

■ 2024년 KEYWORD : UNFRUITFUL(수이불실, 秀而不實)

■ 2024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1. Underperforming Fashion Market : 소비침체 속 정체된 패션 마켓
올해 패션 마켓은 지속되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에 폭염과 늦더위가 길어지는 이상 기후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가구 소득과 소비 지출은 늘어났지만 의류·신발 지출은 줄면서 전체 소비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3분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10월까지 패션 소매판매액은 68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한 수준이고, 이마저도 신발·가방을 제외하고 의류로만 한정하면 0.2% 역신장 중이다. 백화점 매출 구성비를 보더라도 식품, 가정용품은 증가하고, 패션 카테고리는 감소하며 40%를 밑돌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인데,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패션 거래액(의복·신발·가방·패션용품 포함)이 전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자체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올해와 내년 패션 시장 규모는 1~2%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한 달 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고, 의류비 지출 전망도 부정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가을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겨울 장사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했던 패션업계는 강추위 대신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라는 기상청 전망과 최근 불어닥친 불안정한 정국이라는 또 다른 변수에 직면해있다.

2. New-frugal Consumption : 불황형 소비의 확산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고물가로 개인의 소비 여력이 감소함에 따라 꼭 필요한 것 하나만 제대로 구입하고 불필요한 구입은 최대한 자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과시형 소비의 대명사이자 거듭된 가격 인상에도 성장하던 럭셔리 시장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 올해 개인용 럭셔리 시장 규모가 전년비 2% 감소할 것이고, 럭셔리 브랜드 중 3분의 1만이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브랜드는 실적 악화로 경영진을 재편하거나 교체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입점 럭셔리 브랜드 20개 중 11개 브랜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만큼 실적이 둔화되었으며, 국내 주요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 업체들 역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지갑을 닫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꼭 필요한 똑똑한 하나’를 구입하려는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인 ‘요노(YONO, You Only Need One)’가 주류로 떠올랐다. 또한 뷰티·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값비싼 명품 대신 그와 비슷한 디자인이나 기능을 가진 저렴한 대체품을 찾아 구입하는 ‘듀프(DUPE)’ 소비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뷰티 제품군이 가성비템으로 호평을 받은 다이소는 뷰티 맛집으로 부상하였고 뷰티 대기업들은 듀프족을 잡기 위해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패션에서는 ‘르메르맛’ 이라는 애칭이 붙었던 ‘유니클로’와 ‘자라’, ‘젠틀몬스터’의 저렴이라고 불리는 ‘블루엘리펀트’ 등 다양한 패션 브랜드가 주목받았다.

3. Fashion Adopts Demure : 올해의 패션, 드뮤어 룩
작년의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스타일이 올해는 보다 차분하고 과하지 않은 드뮤어 룩으로 이어지며 사랑받았다. 로고를 드러내지 않고, 높은 가격대와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던 올드머니 룩은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반드시 비싼 브랜드여야 한다는 전제가 사라지며 드뮤어 룩으로 전환되었다. 다른 패션 트렌드처럼 틱톡에서 유래된 이 유행은 채도가 높지 않은 차분한 컬러, 단정하고 클래식한 디자인, 적당하게 여유있는 핏 등의 특징을 보인다.
사려깊게 선택해서 한 가지를 사더라도 좋은 물건을 산다는 최근의 소비행태와도 맞닿아 있다. 간결한 디자인과 실루엣, 고급스러운 소재를 선택하는 드뮤어 트렌드는 한번 구입해서 여러 시즌 옷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에센셜 아이템을 강조한다.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 네이비 등 드뮤어 트렌드의 컬러 팔레트는 실용성을 강조한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작은 장신구나 액세서리, 슈즈 아이템으로 조화로운 가운데 과하지 않은 포인트를 연출한다.
‘르메르’, ‘오라리’, ‘토템’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드뮤어 트렌드와 함께 주목받았다. 편안한 니트 스웨터, 질 좋은 울 코트와 블레이저, 우아함을 강조한 미디 스커트 등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무드를 강조하는 아이템이 큰 사랑을 받았다. 캐시미어 소재에 유연한 실루엣으로 우아함과 실용성을 강조한 ‘구호(KUHO)’의 ‘아이코닉 코트(사진 1)’ 등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에 대한 관심도 컸다.

4. Reaching New Overseas Market : 더욱 활발해진 해외 진출
지난해에 이어 내수 부진과 소비 침체가 지속되는 한편, K-패션 브랜드에 대한 해외 고객들의 관심도가 증가하며 패션 업계는 해외 진출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패션 대기업들은 주력 브랜드를 중심으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 동남아부터 유럽, 중동까지 진출지를 확대하고 있다. 한섬은 ‘시스템’의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타임’의 파리 패션위크 데뷔를 알렸다. 중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발판을 다진 LF는 내년 ‘헤지스’의 중동, 인도 시장 진출 및 ‘마에스트로’, ‘던스트’ 등 주력 브랜드의 글로벌화를 추진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중국 럭셔리 백화점 ‘REEL’ 상하이점 내 ‘준지’ 단독 매장(사진 2)을 오픈했고, 신규 여성복 브랜드 ‘앙개(Anggae)’를 글로벌 선론칭했다. 코오롱FnC는 ‘이토추상사’와 손잡고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진출을 성사시켰고, ‘지포어’의 중국·일본 마스터 라이선스를 확보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신진, 중소 브랜드들은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더현대 글로벌’ 등 대형 유통사의 해외 진출 플랫폼의 지원을 받아 해외 진출이 더욱 용이해졌고, 앞서 무신사재팬을 통해 일본 시장 내 이름을 알린 ‘마르디메크르디’는 올해 도쿄 단독 매장을 오픈했으며, ‘아모멘토’는 내년 도쿄에 해외 첫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신사는 PB ‘무신사스탠다드’를 비롯해 무신사 오프라인 편집숍 및 입점 국내 브랜드의 중국 사업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선 국내 애슬레저 및 잡화 브랜드는 진출국을 다각화하고 있다. 내년 ‘젝시믹스’는 대만, ‘안다르’는 호주에 이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마르헨제이’, ‘스탠드오일’, ‘이미스’, ‘오소이’ 등 주요 잡화 브랜드는 대만, 태국, 인도, 필리핀까지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5. Unlimited Benefits : 다다익선, 거거익선
유통업계에서는 대규모로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리테일에 소비자들이 집중되고, 콘텐츠가 부족한 경우 생존을 위협받으며 양극화 현상이 극대화되고 있다. 특히 백화점은 롯데·신세계·현대 vs. 갤러리아·AK 업체간 뿐 아니라, 매출 상위 점포와 하위 점포간 매출 격차가 커지며 대형점과 지방 소형점간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올해 ‘스위트파크’, ‘하우스오브신세계’ 등을 새롭게 선보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보다 한 달 가량 빠른 11월 말에 연 매출 3조원을 조기 돌파해 두드러진 실적을 보인 반면,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폐점했고 센텀시티점은 매각 예정되며 지방 점포 구조조정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발생한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이후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제2의 티메프’ 사태가 벌어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대형 플랫폼에 몰리며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체제가 견고해지고 있다. 성숙기를 지난 버티컬 패션 플랫폼에서도 조정 국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레이지나잇’, ‘캐치패션’, ‘알레츠’, ‘한스타일’, ‘서울스토어’ 등 경쟁력 잃은 플랫폼들이 잇달아 운영 종료를 알린 반면, 끊임없이 신규 브랜드를 수혈하고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확대하며 자체 경쟁력을 확보한 무신사, 29CM 등은 치열한 패션업계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반영한 스몰 브랜드가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로 부상하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브랜드의 선점을 시도한다. 무신사는 지난 9월부터 정식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도 ‘입점 브랜드 성장 자금 대여 프로그램’을 지난 10월 도입해 잠재력 있는 신규 브랜드를 육성해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6. Innovative Convergence of Retail : 복합쇼핑몰을 둘러싼 리테일 컨버전스
더현대서울의 성공 이후 리테일 브랜딩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스타필드 수원이 개장한 이후 주요 유통사는 기존과 다른 리테일 브랜드를 내세우며 복합쇼핑몰 경쟁을 본격화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쇼핑몰을 결합한 형태의 ‘타임빌라스’를 출범해 수원점을 시작으로 신규 출점을 하거나 기존 아울렛 점포를 타임빌라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부산점을 백화점과 아울렛을 결합한 ‘커넥트현대’로 리뉴얼하며 새로운 리테일 브랜드의 시작을 알렸다. 정상과 이월 상품이 공존하고, 로컬 콘텐츠와 세컨핸즈까지 더해진 기존 백화점과 다른 MD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복합쇼핑몰 브랜딩의 선두주자인 신세계 스타필드는 상권 특성과 규모에 따라 ‘스타필드’, ‘스타필드 시티’, ‘스타필드 빌리지’로 구분해 소비자의 세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한다.
서로 다른 리테일 형태를 결합해 각 업태별 장점을 흡수하고 융복합적 콘텐츠를 신규 창출함으로써, 온라인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궁극적으로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7. Territorial Identities : 패션 상권별 특색 강화
‘팝업의 성지’로 부상한 성수에 이어 타 상권들도 각기 고유의 이미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한남·이태원은 최근 온라인 기반 신진 브랜드들의 첫번째 오프라인 매장 오픈이 활발했고, 패션 쇼룸을 체험하고 싶은 젊은 여성 고객을 사로잡으며 지역 전체가 소위 ‘Z세대의 백화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르메르’ 플래그십 스토어 바로 옆에 ‘메종 마르지엘라’의 플래그십 부티크가 자리하며 기존의 고급 이미지가 한층 강화되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공실률이 감소한 명동은 메인로드를 중심으로 ‘이미스’, ‘마리떼’, ‘마뗑킴’ 등이 신규 매장을 오픈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명소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해외 스트리트 캐주얼, 컨템포러리, 온라인 신진 여성복 등 감도 높은 패션 브랜드 매장이 집결한 도산공원 인근은 트렌디한 F&B 공간과 어우러져 인기를 끌고 있고, 국내 스트리트캐주얼 브랜드의 매장과 개성 강한 편집숍이 모인 홍대는 여전히 영 소비층에게 소구되고 있다.
매주 40~60여개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성수는 패션뿐만 아니라 뷰티, 라이프스타일, F&B 등 다양한 산업군의 트렌디한 공간과 행사가 몰리며 여전히 명실상부한 핫플레이스로 여겨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복합문화공간 ‘스테이지35 성수’를 통해 ‘구호플러스’, ‘샌드사운드(사진 3)’, ‘준지’ 등 자사 뿐만 아니라 타사 브랜드(‘코치’, ‘리바이스’, ‘디써티원’ 등)의 팝업스토어도 운영한 바 있다. 상권별 고유의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 및 팝업스토어 오픈 시,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상권을 공략해 효과적인 운영 전략을 전개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8. Fabulous Characterful Brands : 추구미를 담은 브랜드의 활약
MBTI, 심리검사, 퍼스널 컬러 등 자기 분석 테스트를 즐기며 스스로의 성격뿐만 아니라 패션 취향까지 명확히 정의하려고 노력하는 Z세대가 주요 소비 주체로 부상하며, 대중적인 취향보다 개인의 ‘추구미(추구하는 美)’를 실현해줄 수 있는 뚜렷한 컨셉을 지닌 브랜드가 각광받고 있다. 이에 ‘글로니(Glowny)’, ‘더바넷(The Barnnet)’, ‘폴리테루(Polyteru)’등과 같이 추구미가 전혀 다른 각양각색의 스몰 브랜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인기다. 패션 기업 세정은 마뗑킴 전 대표 김다인과 함께 ‘다이닛(DEINET)’을 론칭,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새로운 컨셉의 여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앙개(사진 4)’를 선보이며 업계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추구미를 대표하는 인물을 따라하는 Z세대 소비자가 증가하며 ‘아비에무아(Aviemuah)’, ‘파르벵(Farven)’ 등 인플루언서 기반 브랜드가 큰 인기를 얻었고, 신규 론칭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브랜드 대표가 곧 브랜드 뮤즈로,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희소성 높은 드롭 방식, 감도 높은 마케팅 캠페인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스몰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확보함에 따라 대형 브랜드와의 협업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바넷x락피쉬웨더웨어’, ‘다이애그널x마리떼’ 등 색다른 감성이 조합된 협업이 주목받았고, ‘오픈와이와이(Open YY)x푸마’, ‘산산기어x아식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했다.

9. Usable Wellness, Sports for All : 생활권으로 들어온 운동
웰니스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도 웰니스와 저속노화 등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이제는 건강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세대가 중장년층이라는 인식마저 달라지고 있다. 건강 관련 관심의 증가는 운동과 식단을 통해 전반적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인구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까지는 골프와 테니스 등의 인스타그래머블 스포츠가 인기가 있었던 데 반해, 올해에는 생활 전반에서 가볍게 실천하는 운동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기안84의 뉴욕마라톤 완주를 보여준 MBC ‘나혼자산다’, 철인3종 경기를 완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tvN의 ‘무쇠소녀단’ 등 방송에서도 러닝과 수영 같은 생활 체육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마라톤이나 철인3종까진 아니더라도 러닝 크루나 실내 수영 등 생활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본격적인 러닝이나 수영 외에도 느린 조깅을 뜻하는 ‘슬로깅(Slow+Jogging)’, 색다른 걷기 운동인 ‘얼싱(Earthing)’ 등 생활 속 운동을 지속하려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이에 패션 시장에서도 ‘나이키’, ‘아디다스’를 넘어 러닝 기반으로 성장한 ‘호카’, ‘온러닝’ 등의 브랜드가 새롭게 인기를 얻었고, ‘아레나’와 같은 기존 수영복 브랜드 외에도 ‘나이키스윔’, ‘풀타임(Pooltime)’, ‘후그(Hoog)’ 등 신규 플레이어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며 기존 플레이어들을 위협하고 있다.

10. Lapse of Seasons : 계절 실종 시대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대한민국의 기후 특징이라고 여겨지던 인식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 간 여름은 31일 길어지고 가을과 겨울은 각각 10일, 20일 짧아지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4계절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기후는 소비자의 착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짧아진 가을로 인해 간절기의 대표 아이템이었던 트렌치코트는 이제 점차 설 자리를 잃은 반면, 길어진 여름과 증가한 강수량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던 웨더웨어 브랜드들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락피쉬웨더웨어’는 레인부츠의 인기에 힘입어 의류까지 확장했고, ‘헌터’, ‘레인스’ 등 레인 아이템 중심의 브랜드가 전반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에 ‘바버’, ‘브롬톤’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여름 장마 시즌 대비 아이템을 출시하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상고온으로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패션업계의 주력상품인 아우터 매출이 둔화되고, 아우터 매출 둔화에 따른 재고 부담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패션업계는 변화한 기후와 계절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아이템 개발에 지속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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