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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패션연구소가 내다본 ‘24년 패션 시장 전망 및 ‘23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Preview 2024
2024년 패션 시장 전망

WINDUP 2024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경기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불안한 성장을 지속해온 패션 마켓, 2023년 잠시 숨을 고르는 브레이크포인트(Breakpoint)를 지나왔다” 라며, “다가올 2024년은 우울한 상황을 정리할 ‘마무리 짓기’가 필요하며, 게임을 끝낼 마지막 한방을 위한 투수의 준비 동작처럼 크게 팔을 뻗는 ‘와인드업’이 중요하다는 중의적 의미로, ‘와인드업(WINDUP)’을 내년의 키워드로 제안한다” 라고 말했다.

각 분야별로 살펴보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무엇보다 패션의 영역 확장에 주목해야 한다. 팬데믹을 거치며 삶의 관점 변화가 확연히 이루어져 왔다. 패션은 소비자들이 지향하는 웰빙과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경향과 발맞춰, 건강한 생활과 긍정적인 마인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애슬레저(Athleisure) 영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엿본다.

올해 가시적이었던 스포츠 브랜드의 성장과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재도약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방향성은 향기 비즈니스와도 부합해, 많은 패션 기업들이 니치 향수와 조향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 관련 비즈니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며 시장 진입 중이다. 좋은 옷을 입는 것을 포함, 좋은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보다 통합적인 개념의 ‘웰니스(Wellness)’가 패션과 짝을 이루는 가장 멋진 키워드로 부상한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벤치마킹 전략을 버려야 할 때이다.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브랜드들을 보면서, 대체불가능한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학습했다. 브랜드 자체의 스토리텔링과 오리지널 컨텐츠의 중요성은 패션업계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벤치마킹은 오랫동안 선진기업들을 연구하며 창조적으로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워에게 가장 훌륭한 전략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다른 브랜드의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는 역동적 경쟁 상황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옛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과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MZ소비자를 강조했던 몇 해를 지나며, 이제는 시선을 돌려볼 때가 됐음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불황기에 유년시절을 보냈고 앞으로도 부모세대를 뛰어넘는 부를 누리기가 확률적으로 낮은 MZ세대에서, 역사상 가장 부유한 세대로 불리는 X세대로 소비자 관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X세대는 전 세계 인구와 총 지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부모인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를 이어받을 세대이다.

그간 MZ 소비자들보다도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전략이나 광고에 있어서는 외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세대’로 불렸던 이들은 문화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며, 패션감각이나 모바일 활용 등에 있어서도 MZ세대 못지 않은 감각을 자랑한다. 실질적 구매력과 경제력을 갖춘 이들 세대를 패션 업계에서도 폭넓은 시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스타일에 있어서도, X세대의 전성기였던 90년대의 미니멀리즘이 부상하고 있다. 패션의 패러다임이 변화한 패션의 황금기로 평가되던 90년대를 회고하는 무드는 내년 패션을 미리 선보이는 24년 봄여름 시즌 패션위크에서도 주요 경향으로 나타났다. ‘24년 봄여름 시즌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현재 패션계의 루키로 떠오르고 있는 피터 도(Peter Do)가 90년대의 전설적인 브랜드 ‘헬무트 랭(Helmut Lang)’의 CD를 맡으며 미니멀리즘의 컴백을 알렸다.

블랙과 화이트, 절제된 컬러로 심플하고 간결한 커팅을 더한 에센셜 웨어의 가치가 재조명된다. ‘23년을 뜨겁게 달군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와 이어진다. 과다한 장식과 고급 소재의 사용을 최소화했던 90년대 미니멀리즘은, 새로운 형태와 볼륨을 더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의 미래로 진화하고 있다.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 예고는 간결하고 단순한, 본질에 집중하며, 오히려 패션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패션 기업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기준까지도 바꾸고 있다. 이제 시장을 선도하는 패션 기업의 잠재력은 패션 테크, 특히 생성형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위 분간이 어려운 AI 합성사진을 선보인데 이어 미드저니(Midjourney)를 활용한 가상 모델들의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던 패션 기업들은, 2023년 생성형AI의 원년 이후 더 많은 사용을 고려 중이다. 인간의 수고로움을 필요로 했던 디자인과 일련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프로세스에도 생성형AI가 도입되며 효율화를 기대한다. 방대한 고객 및 판매 데이터를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며 창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생성형AI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기업은 수익성을 무엇보다 우선 고려해야 한다. 외형적 성장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 역시 꾸준히 전달해왔다. 이미 국내 패션 마켓의 양적 성장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다. ‘덜 팔면서도 더 버는’ 수익성 개선 게임은 내년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 될 것이다.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패션업체의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14%까지 증가했다. 불경기에는 재고자산의 증가가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 타격을 미친다. 적재적소에 상품을 공급하는 재고 관리와 정교한 브랜딩 등을 통해 더 많이 팔고 더 벌지만, 수익은 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

‘알로스태시스(Allostasis)’는 변화 속에서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급변하는 마켓의 변화 아래, 수익성을 담보한 안정적 성장은 비즈니스의 영속성을 위한 최선의 목표이다.

Preview 2023
2023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

❶ Beware of Skidding, Fashion Market : 불안함 속에서도 성장한 패션마켓

얼어붙은 소비 심리, 물가 상승, 이자율 상승 등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도 올해 패션마켓의 규모는 3년 연속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보인데다, 올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폭이나마 규모의 성장을 이룬 점이 고무적이다.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던 명품 브랜드들의 매출 상승폭이 꺾인 대신, 스포츠와 아웃도어 카테고리가 성장을 이어갔다. 온라인에서 출발한 팬덤을 이끄는 브랜드들이 MZ 소비자를 이끌며 백화점에 입성하면서 패션 마켓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이다. K-패션의 위상이 높아지며 해외로 진출하는 브랜드의 사례도 눈에 띄게 늘어났고, 한국 시장에 매력을 느낀 해외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활발했다.

테니스에서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한점 앞선 포인트를 따내는 게임의 승기를 잡는 결정적 순간을 ‘브레이크포인트(Breakpoint)’라고 부른다. 프로그램의 오류를 수정하는 디버깅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동작을 멈추는 지점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올해 패션 마켓은 마치 빙판 위에서 미끄러짐을 걱정하듯 조심스럽게 나아갔다.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성장 자체를 위한 양적 성장보다는 이익과 효율을 꾀하는 질적 성장을 앞 둔 이때, 바로 지금이 우리의 브레이크포인트다.

❷ Replacement of Brand Generation : 브랜드 세대교체

복종을 막론하고 브랜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다. 백화점은 오랫동안 부진을 이어갔던 영패션 자리를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 하이퍼 그라운드, 뉴 스트리트 등 온라인 기반 내셔널 신진 브랜드 전문관을 선보였다. 집객 뿐만 아니라 외형적 성과로 이어짐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지방권 주요점까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성에서 선제적으로 보여진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영향력 확대는 올해도 지속됐다.

이러한 움직임이 남성복에서도 가시화되면서 ‘드로우핏’, ‘쿠어’, ‘인사일런스’ 등 주요 브랜드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샌프란시스코마켓’, ‘스컬프’, ‘아이엠샵’ 등 가두에서 영향력을 구축한 수입 남성 편집숍의 백화점 입점도 활발했다.

급성장했던 골프웨어는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신규 브랜드 론칭이 이어지며 마켓이 재편되고 있다. 아웃도어는 다양한 연령대를 흡수하고 카테고리가 세분화되면서 새로운 감성의 브랜드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잡화 역시 ‘이미스’, ‘스탠드오일’, ‘마지셔우드’ 등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온라인 기반 브랜드가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 활발히 진출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마르디메크르디’ 소위 ‘3마 브랜드’는 올 한 해 소비자와 유통사들로부터 핫한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세 브랜드 모두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올해 1,000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면세점 대신 해외 관광객들의 투어 리스트에 오르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❸ Experience is a Rival of Fashion : 패션의 라이벌은 경험

패션업계는 기존까지 동종업계 내에서 첨예한 시장점유율 싸움을 하며 경쟁해왔다. 그러나 이제 패션업계 내의 평면적 시장점유율 경쟁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패션을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영역은 고객의 가용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시간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를 증명하듯이 올해 3사분기까지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오락·문화, 교통, 음식·숙박과 같은 경험 영역에 해당하는 소비는 증가한 반면, 패션에 해당하는 의류·신발 영역에서 2사분기부터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외형적 성장이 멈춘 백화점은 이러한 소비자의 움직임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변화된 고객 니즈 대응과 집객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연 매출 3조를 바라보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와인전문관, 프리미엄 레스토랑 등을 포함한 식품관 리뉴얼 계획을 밝혔다.

패션업계 역시 소비자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 제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코스(COS)’와 ‘자크뮈스(Jacquemus)’는 가방 아이템만을 집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버버리(Burberry)’처럼 성수 지역의 여러 매장을 동시에 팝업스토어 장소로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쇼핑만을 위한 매장을 구성하는 경우 소비자의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점을 고려해 최근의 패션 매장들은 브랜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거나, F&B를 함께 구성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 최근 오픈한 ‘르메르(LEMAIRE)’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국의 정서를 살린 옻칠 가구와 누비 커튼 등을 공간에 도입하며 브랜드 정서를 전달했다. 스트리트 캐주얼 ‘노아(NOAH)’는 국내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시에 글로벌 최초로 카페 복합 매장을 오픈했다. 온라인몰 역시 단순 쇼핑 기능만을 제공하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패션/라이프스타일 전문몰 SSF샵에서는 소비자들이 쇼핑을 넘어 플랫폼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세사패(세상이 사랑하는 패션)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❹ Acquiring Next New Luxury : 넥스트 신명품의 발굴

최근 몇 년 간 새로움을 장착한 해외 브랜드들이 이른바 ‘신명품’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었고, ‘셀린느(CELINE)’, ‘끌로에(Chloé)’, ‘톰브라운(Thom Browne)’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국내 직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패션 대기업을 중심으로 넥스트 신명품 브랜드 발굴 경쟁이 한층 치열했다.

일찍이 신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자크뮈스(Jacquemus)’, ‘스튜디오 니콜슨(Studio Nicholson)’, ‘가니(Ganni)’ 등 3대 신명품 확대에 주력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한섬은 ‘가브리엘라허스트(Gabriela Hearst)’, ‘베로니카비어드(Veronica Beard)’, ‘토템(Totême)’ 등을 독점 수입,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리포메이션(Reformation)’, ‘꾸레쥬(Courrèges)’를 선보였다.

또 올해는 글로벌 파급력을 지닌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의 국내 론칭이 활발했다. 스트리트 패션의 대표 브랜드 슈프림(SUPREME)은 직진출 형태로, 지난해 가품 논란으로 화제가 된 ‘피어오브갓(Fear of God)’은 한섬과, 슈프림 키즈로 불리는 ‘노아(NOAH)’는 무신사를 파트너사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키스(KITH)’, ‘팔라스(Palace)’, ‘휴먼메이드(Humanmade)’가 내년 국내 진출을 예고하면서 기존 신명품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❺ K-Fashion, Going Abroad : K패션 시장의 확장, 해외로 고아웃

K팝, K콘텐츠에서 시작한 K컬처 붐이 K뷰티에 이어 K패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준지’, ‘우영미’ 등 해외에서 인정받은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럭셔리 브랜드가 K팝 스타들을 앰배서더로 발탁하고, 잠수교와 경복궁이 럭셔리 브랜드의 런웨이가 되었던 것 또한 높아진 K패션의 위상을 보여준다. 일찍이 해외로 진출한 ‘아더에러’와 ‘앤더슨벨’ 이후, 올해도 해외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났다.

상당수의 캐주얼 브랜드는 가까운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글로벌 스토어를 론칭한 데 이어 올해 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하며 팝업스토어와 쇼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마뗑킴’은 일본을 첫 진출 국가로 결정하고 도쿄 파르코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고, 해외를 겨냥한 프리미엄 라인 ‘킴마틴’을 준비 중이다. ‘마르디메크르디’, ‘아모멘토’ 등은 무신사 재팬과 협력해 팝업 및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일본 시장을 중점으로 글로벌 현지화를 계획하고 있다.

주요 애슬레저 브랜드 역시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55개국에 진출해있는 ‘젝시믹스’는 일본, 대만, 중국을 거점으로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안다르’도 싱가포르 쇼핑몰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향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판매망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한섬의 대표 여성복 브랜드 ‘타임’은 올해 론칭 30주년을 맞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규 라인 ‘더 타임(THE TIME)’을 론칭했고, ‘내셔널지오그래픽어패럴’은 중국에 매장을 오픈하며 중화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골프웨어의 경우 ‘왁’, ‘JDX’, ‘페어라이어’, ‘어뉴골프’ 등이 국내 시장 포화로 해외 시장에 일찍이 눈을 돌리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잡화 영역에서도 ‘마르헨제이’를 비롯해 ‘조셉앤스테이시’, ‘플리츠마마’, ‘오소이’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해외 판매를 서두르고 있다.

❻ Painting the Map Red by Online : 오프라인 영토 확장에 속도 내는 온라인

급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은 경험 공간을 확대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가는데 적극적이다. 팝업스토어를 테스트베드 삼아 정규 매장을 선보이고, 입체적이고 가변적인 공간에서 차별적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 취향 및 경험 수준이 높아진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 오프라인 진출은 온라인에서의 더욱 탄탄한 입지 확보의 밑거름이 됐다.

무신사는 패션의 성지인 성수동 점령에 나섰다.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해 신사옥을 짓고, ‘무신사 테라스’, ‘스퀘어 성수’, ‘엠프티’ 등 다양한 매장을 오픈한 가운데, 지난 10월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도 오픈했다. 또 29CM를 통해 프리미엄 리빙 셀렉숍 ‘티티알에스(TTRS)’를 오픈하고, ‘이구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상시로 운영하는 등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 경험 제공에 힘쓰고 있다. 한섬은 자체 편집숍 ‘이큐엘(EQL)’과 ‘톰그레이하운드’의 가두 매장인 ‘이큐엘 그로브(EQL GROVE)’와 ‘톰지(TOMZ.)’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팝업 전용 공간 ‘스테이지35’를 오픈해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브랜드 공간을 오픈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최근 성수동에 ‘쿠어’, ‘인사일런스’, ‘아비에무아’, ‘시엔느’ 등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한남동에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세터’, ‘떠그클럽’ 등이 진출했다.  ‘마르디메크르디’는 매장을 분산 운영하며 브랜드 테리토리를 형성하고 있다

❼ Old Money Look Comes Back : 올드머니룩의 귀환

올해 3월경, 기네스 팰트로가 법정 출석 시 착용했던 룩과 미국 드라마 ‘석세션(Succession)’이 화제가 되며 올드머니룩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경제 위기 이후 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스타일의 유행이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더 좋은 아이템을 더 적은 빈도로 구입해서 오래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 변화와 맞물려 올해 내내 지속되고 있다. 이 트렌드가 지속되며 ‘구찌(Gucci)’ 조차도 24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통해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에 동참했다. 올드머니룩의 대표 브랜드 ‘셀린느(CELINE)’를 이끌었던 피비 파일로(Phoebe Philo)가 5년간의 공백을 깨고 본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론칭했다.

조용한 럭셔리 브랜드는 로고 플레이가 중심이 되던 최근의 럭셔리 브랜드와는 정체성 및 방향성에서 전반적 차이를 보인다. 스타일적으로는 절제되고 미니멀한 디자인 및 디테일, 품질 측면에서는 고급 소재 활용도와 이를 다루는 장인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조용한 럭셔리 브랜드는 주요 고객층이 브랜드의 지위나 명성보다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상품의 가치를 인식하고 강한 충성도를 보이기 때문에 경제 위기에도 타격이 적다.

특히,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이세이미야케(Issey Miyake)’는 특징적 소재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여성, 잡화에서 남성까지 확장하며 최근 1,00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러한 트렌드를 기반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케이트(KHAITE)’를, 한섬은 ‘토템(Totême)’을 수입하는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고 있다.

❽ Intuitive “F-type” Consumer : IP콘텐츠에 반응하는 F형 소비자

굿즈 소비, 숏폼 콘텐츠 시청 등 요즘 소비자들은 짧고,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나만의 취향을 보여주는 것에 열광하는 경향을 보인다. 열쇠 없는 시대, 키링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소비자들은 키링 자체 또는 키링이 가진 기능적 용도보다 키링에 담긴 브랜드 또는 캐릭터를 소비하고 있다. 이에 ‘마뗑킴(martin Kim)’ 블랙 버니 키링, ‘10 꼬르소 꼬모(10 Corso Como)’ x ‘모남희(대구 소품샵 캐릭터)’, ‘빈폴’ 댕포리 키링 등 패션 브랜드들은 콜라보레이션 또는 단독으로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한 키링을 출시했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캐릭터에 대한 인기는 굿즈소비로도 이어진다. ‘에잇세컨즈(8seconds)’가 출시한 푸바오 굿즈는 출시 이후 2주 간 하루에 1만 개 이상 판매됐다.

‘JW앤더슨(JW Anderson)’ x ‘웰리페츠(Wellipets)’ 개구리 슬리퍼, ‘미스치프(MISCHIEF)’ 빅 레드 부츠, ‘지미추(JIMMY CHOO)’ x 세일러문 등 일상적으로 착용하기 쉽지 않은 재미있는 디자인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작고 귀여운 것에 집중하는 소비자들은 더 나아가서는 지비츠를 가지고 본인만의 ‘크록스(Crocs)’ 디자인을 꾸미기도 하고, 폰꾸(폰꾸미기), 다꾸(다이어리꾸미기) 등을 통해 ‘별다꾸(별걸 다 꾸미기)’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를 MBTI 관점으로 설명하자면, 마음(Feeling)이 가면 구입하고 이를 SNS에 즉각적으로 자랑하는 소비자 유형은 ‘F형 소비자’로 분류된다. 캐릭터 또는 콘텐츠의 오리지널리티를 기반으로, 작고 귀엽고 재미있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패션업계 역시 캐릭터나 콘텐츠IP를 보유한 기업과의 협업 또는 직접 IP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❾ Nearby Hot Neighbor : 위성동네의 부상

성수동과 한남동이 사랑받는 동시에, 인근의 신당동, 신용산, 송정동 등 ‘위성동네’들도 올 한해 주목 받았다. 위성동네란 대도시 주변 위성도시처럼 기존 핫플레이스의 낙수효과를 누리면서 최근 새롭게 부상한 지역을 의미한다. 풍부한 배후수요와 고유의 지역적 특색을 보유한 것이 특징으로, 트렌디한 F&B 앵커 테넌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흥 플레이어들이 모여들면서 힙한 상권을 형성했다.

동대문과 을지로, 성수동과 인접한 신당동은 서울중앙시장 일대가 일명 ‘힙당동’으로 불리며 인근 약수, 청구, 금호까지 상권이 확장되고 있다. 한남동 바로 옆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사이의 ‘용리단길’은 해외 현지 감성의 맛집 중심으로 부상했고, 성수동 위쪽 중앙천을 따라 이어진 송정동은 전문성 높은 디저트 카페가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해 ‘제2의 성수동’으로 불리며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도 전통적 리테일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위성동네에 브랜드 복합 공간을 오픈 중이다. ‘핍스(PHYPS)’의 핍스마트와 핍스홈, ‘르셉템버’, ‘로우클래식’, ‘플로움’ 등이 한적한 주택가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 방문객에게 브랜드와 상품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❿ TikTok Couture, “-core” : 틱톡 쿠튀르, OO코어의 범람

올해 패션 트렌드는 메가 트렌드 없이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스타일이 동시에 부상하며 멀티 페르소나 소비자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것이 특징이다. 틱톡이 실시간 트렌드의 발원지로 거듭나며 ‘틱톡 쿠튀르(TikTok Coutur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 고프코어(Gorpcore), 블록코어(Blokecore), 발레코어(Balletcore) 등 다채로운 스타일이 틱톡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었다.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처럼 입으면서 편안함과 멋을 동시에 추구하는 고프코어의 인기가 지속되며, ‘아크테릭스(ARC’TERYX)’,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살로몬(SALOMON)’, ‘산산기어’ 등의 브랜드들이 사랑받았다. 스포츠 유니폼을 일상에 활용하는 블록코어는 뉴진스, 블랙핑크 등 인기 걸그룹들이 선보인 후 대중적으로 확산되며, 스포티한 감성을 드러나는 힙한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사랑스러움과 소녀스러움을 극대화한 룩들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 ‘바비(Barbie)’가 개봉하며 러블리한 핑크 룩의 바비코어(Barbiecore)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랩 스커트와 레오타드, 토슈즈 등 발레복에서 영감을 받은 발레코어는 런웨이와 리얼웨이 경계 없이 사랑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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